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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느리게 사는 행복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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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시티 인증을 추진 중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의 돌담길. 사진 완도군청 제공

‘슬로시티’ 인증 도전하는 지자체들
전남 담양군, 신안군, 완도군, 장흥군 등 네 지자체가 아시아 첫 슬로시티 인증에 도전한다. 이들 지자체는 7~10일로 예정된 슬로시티국제연맹 실사단 방문을 앞두고 제안설명회 준비와 대상지 현장 점검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슬로시티는 전통 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뜻하는 말로 1986년 즉석식(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시작된 여유식(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지역 전체로 확대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슬로시티국제연맹은 1999년 이탈리아 오르비에토에서 슬로푸드 운동을 주도하던 도시 네 곳의 시장이 모여 치타슬로(슬로시티) 선언을 하면서 이 운동의 확산과 앞으로 여기에 참여할 도시의 인증 등을 위해 만든 기구다.



» 신안군 증도면의 천일염전. 사진 신안군청 제공

전남 4개군, 생태·환경·전통 기반한 관광마을 만들기
7~10일 국제연맹실사단 방문 앞두고 막바지 점검 분주



지금까지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 열 나라 100여 도시와 마을이 슬로시티국제연맹한테서 인증을 받았다. 이들 도시는 생태·환경·맛·전통 등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하며 슬로시티로 인증된 뒤 고용과 관광수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는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가케가와나 다지미처럼 슬로시티를 지향하는 지방을 여행하는 관광상품이 있을 정도다. 슬로라는 말 자체가 속도와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의 발길을 끄는 로망인 셈이다.

슬로시티로 인증을 받으려면 전통 산업 보존·육성, 다국적 기업 브랜드의 대형 체인점과 패스트푸드 거부, 자전거 도로 만들기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 완도군= 완도군은 문화관광부의 ‘가고싶은 섬’ 프로젝트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청산도의 인증을 준비 중이다.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로 선정될 만큼 경관이 아름답고, 다랭이논, 구들장논 등 옛 농경 문화와 해녀의 물질과 같은 전통 어로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자치경영과 한희석 계장은 “아름다운 휴식과 특별한 체험을 내건 우리 군의 청산도 개발 방향이 슬로시티와 꼭 들어맞는다”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역 문화와 전통을 계승한 개발 방안을 현재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신안군= 신안군이 인증을 추진 중인 곳은 염전, 천연 개펄, 소나무 숲이 있는 해수욕장 등 전형적인 우리나라 섬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증도면이다. 신안군은 지난 6월 증도면을 자전거 섬으로 선포해 자전거 350대를 배치했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 친환경 교통시스템 구축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증도면에서 단일염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4297㎡의 염전을 운영하는 태평염전은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에 관심을 갖고 슬로시티 인증을 지원하고 있다. 소금박물관을 운영하고 국가등록문화재인 석조소금창고를 보유한 이 회사는 앞으로 된장·간장·젓갈 등 천일염을 바탕으로 한 전통음식 개발과 환경친화적인 숙박시설 건설 등 증도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를 구상하고 있다.




» 지렁이 생태 학습장이 있는 장흥군 장평면 우산리의 마을 풍경. 사진 장흥군청 제공

■ 장흥군= 4개 군 가운데 초기에 가장 의욕을 보였던 장흥군은 장평면 우산리와 유치면 전체를 슬로시티로 인증받을 계획이다. 전통 방식의 장담그기, 유기농 수산업 확산, 지렁이 생태학교 운영 등이 슬로시티 인증을 위해 추진해 온 사업. 김선재 정책개발과장은 “친환경 농수산물이 중심이 된 슬로푸드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담양군= 담양군은 전통가옥 지구로 지정됐고, 죽염된장·한과·쌀엿 등 전통 음식을 생산하는 창평면 유천리 인증을 추진 중이다. 슬로시티 인증을 위해 해당 지자체와 함께 외부 전문가들의 지원도 활발하다. 관련 학계에서는 손대현 한양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국슬로시티유치위원회를 만들었고,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연구원(CERI)도 지원에 나섰다.

슬로시티 인증 여부는 11월에 결정된다. 해당 지자체는 두 차례 인증을 신청했다 실패한 일본의 지자체들과 달리 우리의 경우 경관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지역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들이라 조심스럽게 인증을 낙관하고 있다. 유치위원인 장희정 신라대 교수는 “지난해 슬로시티 운동의 창시자인 파올로 사투르니니 전 연맹 회장이 현지를 둘러본 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슬로시티가 되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남 지역의 전통문화 관광 벨트 형성이 가능해 서울과 명승지 중심의 외국인 관광을 지역까지 확산시켜 새로운 관광수요의 창출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슬로시티란

‘화려한 관광도시’ 넘어 ‘인간답게 사는 마을’로



“우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옛날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한 마을, 극장·광장·카페·공방·식당, 영적인 장소 등이 많은 마을, 훼손되지 않은 경관을 가진 마을, 매력적인 장인들이 사람들의 기호, 취미, 건강 등을 고려한 제품을 만드는 그런 마을을 바란다. …”(슬로시티 선언)

1999년 10월15일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오르비에토에 그레베·브라·포시타노 등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는 네 도시의 시장이 모였다. 이들은 관광객 유치와 소득 증대를 위한 현대식 개발 대신 ‘인간답게 사는 마을’을 만드는 게 주민들의 행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자신들의 도시를 치타슬로(슬로시티)라 선언했다.

이 회의에서는 치타슬로가 되는 데 필요한 규약을 제정하고 7가지 기본 실천이념도 만들었다. 지역과 도시의 특성을 유지·발전시키는 환경정책, 자연친화적 기술로 얻어진 식품의 생산과 활용 장려, 문화 전통과 접목된 토속 생산품 보호 등이다.

이들 도시는 선언을 시작으로 속도 지향의 사회를 지양하고 지역 요리의 맛과 향 재발견, 생산성 지상주의 탈피, 환경을 위협하는 바쁜 생활태도 배격 등을 내걸고 슈퍼마켓 대신 재래시장을, 다국적 기업농이 아닌 대를 이어 포도농사를 짓는 농민, 패스트푸드 대신 두세 시간 요리하는 전통 식당을 지원했다. 슬로시티를 선언한 뒤 이들 도시에는 관광객의 방문이 더욱 늘어 주민들의 소득이 늘었고 고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현재 이들 네 도시에 이어 이탈리아의 도시 16곳이 치타슬로를 선언했으며, 이 운동은 국경을 넘어 독일 레벤스가르텐, 헤스부르크, 영국 웨일스의 몰드, 뉴질랜드 마타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카툼바 등 유럽은 물론 오세아니아주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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