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인터뷰

박물관 인터뷰 2019-07-12T16:42: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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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와 슬로라이프에 대한 이야기

SLOW LIFE & SLOW STYLE

140만평의 국내 최대 염전인 태평염전을 기반으로 한 소금과 함초 식품사업, 그리고 소금박물관, 염전, 갯벌, 습지, 체험 등의 문화관광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손 일선대표는 증도가 아시아 최초로 이탈리아 국제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로 지정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태평염전-섬들채는 전라남도와 신안군이 주력산업으로 추진하여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천일염 관련 산업의 핵심기업으로,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세계적인 소금관광지와 웰빙을 넘어선 생태와 건강, 맛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기업의 신화를 일구어 가고 있는 그의 갯벌천일염, 그리고 느리고 여유 있는 삶에 대해 들어본다.

우주의 제5원소, 소금

예수께서는 우주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를 빛과 소금으로 압축해서 그 중요성을 설파하셨다. 영화 ‘제5원소’를 보면 브루스윌리스는 우주의 4원소인 바람, 물, 흙, 불과 제5의 원소인 사랑으로 지구를 멸망에서 구한다. 이 영화에서 발상을 따와 나는 소금, 그 중에서도 천일염이 우주의 제5원소라고 생각한다. 왜나하면 천일염이 탄생하기 위해 햇빛(빛)과 바람(공기)과 갯벌(흙)과 바닷물(물)이라는 우주의 4원소가 모두 있어야 한다. 생명이 바다로부터 온 것은 바다에 우주의 92가지 원소들이 다 녹아있기 때문이다. 천일염은 그 ‘바닷물’을 끌어다가 정화작용을 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 위에서 우주의 근본에너지인 ‘햇빛’을 받아 바람으로 ‘공기’ 중에 물을 증발시키면서 보석과 같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천일염은 보통 사람들이 소금에 대해 알고 있듯이 염화나트륨이 아니다. 정제염은 염도 98~99%가 말해주듯이 정제된 염화나트륨 덩어리이며 화학물질이고 이걸 섭취한다면 의사들의 말대로 위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일염은 염도 80~85%의 염화나트륨 말고도 바다에 녹아있는 우주의 92원소들인 다양한 미네랄들의 결합체이다. 어머니 양수의 미네랄성분비와 바닷물의 미네랄성분비, 그리고 천일염의 미네랄성분비는 거의 유사하여 인류는 여전히 어머니 양수의 바다에서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네랄들은 서로간에 길항작용을 하는데 예를들어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의 길항작용을 해서 지나친 나트륨의 체내 섭취를 막아준다. KBS의 실험에서 생명력 강한 바다 물고기인 줄돔을 정제염을 넣은 물과 천일염을 넣은 물에 넣었더니 줄돔이 정제염 넣은 물에서는 비실비실하더니 30분만에 폐사했지만 천일염 넣은 물에선 생생하게 계속 살아있었다. 이것은 천일염이 참으로 살리는 소금이고 정제염은 죽이는 소금임을 보여준다.
이런 천일염이라는 자연물질의 조화로운 작용을 오랫동안 무시하고 공업화되어 온 지난 수십년간 천일염은 식품이 아니고 광물로 취급받아왔다. 그러다가 태평염전, 천일염 생명과학연구소와 전라남도의 노력으로 2007년 11월에 개정 염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해서 2008년 3월에 드디어 천일염이 식품이 되었다. 이제까지 정제염만을 쓰던 식품업체들이 라면스프, 간장, 된장, 과자 등 다양한 식품들을 만드는 원료로 천일염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슬로푸드의 뿌리, 천일염

슬로푸드인 우리나라의 전통발효식품들은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장아찌 등 천일염 발효식품군과 매실효소 등의 설탕발효식품군, 그리고 전통주 등의 알코올 발효식품군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주요 전통 발효식품들은 대부분 천일염을 매개로 발효되기에 천일염은 가히 우리나라 슬로푸드의 뿌리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60~70년대 이후 공업화됨에 따라 천일염 대신 정제염이 발효식품들에 투입되면서 엄청난 문제들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새우젓갈을 만들기 위해 염화나트륨 덩어리인 정제염을 새우에 넣으면 새우가 녹아서 흐물흐물해진다. 이렇듯 모양이 안 살기에 화학 식품첨가물들인 유화제와 증점제들을 몇 가지 집어넣고 맛이 천일염처럼 안 나서 조미료를 몇가지 첨가한다. 색깔도 안 살아서 색소들을 몇가지 추가한다. 심지어 방부제를 더한다. 전통적으로는 천일염만 넣으면 될 것인데 공장에서 만드는 명란젓, 된장, 간장 등의 발효식품들에 이런 식품첨가물이 수십가지씩 첨가된다. 예전에는 유명 간장회사에서 염산으로 급속발효를 시키다가 문제가 되어 염산은 안쓰지만 화학 식품첨가물들을 써서 빠르게 발효시키면서 천일염이라는 자연물질을 써서 발효하던 자연의 시간을 무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먹는 식품회사들의 발효식품들은 화학적인 식품첨가물 덩어리들이고 페스트푸드라고 할 것이다. 천일염 식품화를 계기로 일부 식품회사들이 천일염을 원료로 쓰는 것을 고려하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이런 추세가 전체 식품업계로 크게 확산되어야 국민건강이 개선되리라고 본다.

자연주의 VS. 화학주의(위생제일주의)

자연물질을 먹을 것인가, 화학물질을 먹을 것인가!
천일염의 식품화를 추진하고 천일염산업을 중흥시키기 위해서 식약처의 박사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의 교수들과 함께 세계최고의 소금이라고 인정받고 우리 천일염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비싼 천일염을 생산하는 프랑스 게랑드 염전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식약처의 박사는 세계최고의 천일염이라니 무척 깨끗하리라고 생각해 이들을 위생기준으로 삼아 식품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염전에서는 깨끗한 천일염을 내기 위해서 결정지에는 식품용장판을 깔아 놓은 반면, 게랑드 염전은 결정지에도 갯벌 그대로여서 생산한 소금에 뻘흙이 꽤 많이 들어가 있어 우리 일행은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천일염 생산과정에 이물질이 들어 가지 않도록 갈대와 함초 등에 제초제를 뿌려가며 제거했었는데 게랑드 염전은 갈대와 함초 등이 무성하게 자라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자연상태 그 자체였다.
그 뒤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기 위해서 유럽 출장을 다니면서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으로서 문화적인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유럽사람들은 긴 역사가 말해주듯이 수천년간 먹어온 뻘흙 좀 들어간 소금을 오히려 높게 평가해주는 자연주의라고 보면, 역사가 짧은 미국은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하면서 무조건 깨끗해야 한다는 위생제일주의이다. 우리는 산업화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라인을 따라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위생제일주의는 자연주의에 반대되는 화학만능주의라고 볼 수 있다. 화학약품통 안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싱싱하게 보이는 마술에 속아 넘어가기 쉽다. 과연 비싸더라도 벌레가 좀 먹었을 수 있는 생태적인 배추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싼 맛에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으로 기른 깨끗하고 큰 배추를 먹을 것인가? 뻘흙이 좀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천일염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화학적으로 정제된 정제염을 먹을 것인가?

세계0.2% 희귀소금, 갯벌천일염

세계적으로 한 해에 2억여 톤의 소금이 거래되는데 그 중에 60%는 암염이고 나머지에 천일염, 정제염 등이 차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천일염은 호주, 멕시코, 이탈리아 등 갯벌이 아닌 석회질 등의 바닥을 가진 염전에서 건조기후에 오랜 시간 건조시켜 결정시킨 것이다. 이런 경우 나트륨과 염소의 결합력이 제일 강하기에 미네랄이 빠져나가 수천년 이상 된 대부분의 암염과 마찬가지로 염도가 97~98%에 이른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소금들이 염도가 높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짜게 먹으면 안 된다고 해왔던 것이다. 그 반면, 우리나라의 천일염은 갯벌에서 매일 채렴하는 방식의 염전이다. 이러한 갯벌천일염은 세계적으로 겨우 0.2%에 불과한 희귀자원이다. 한국이 대표적으로 한 해 약 28만톤, 프랑스 약 2만여 톤, 포르투갈 7천여 톤 등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들어간다. 세계 5대 갯벌에서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만나는 염전문화가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역시 5대 갯벌에 속하는 독일의 갯벌 국립공원에 가 보았지만 우리 갯벌만큼 갯벌의 질이 뛰어나지 않았다. 우리 갯벌은 세계최고의 갯벌이고 갯벌의 질이 천일염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갯벌천일염은 세계최고의 소금이다. 실제로 우리 천일염은 게랑드 천일염보다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다. 이렇게 보물과 같은 희귀자원인데 여태까지는 염도가 80~85%이면 나머지는 불순물이고 정제된 소금이 좋다고 해서 그 전에는 99%이상의 고순도 정제염이 인기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네랄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우리 갯벌천일염은 세계최고의 소금으로 떠오르고 있고 미네랄결핍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에게 미네랄의 천연 보충원이 될 수 있다.

김치와 와인, 느리고 여유있는 삶

갯벌천일염은 자체가 슬로푸드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슬로푸드의 근간을 이루기에 태평염전은 신안군 증도가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이탈리아명으로 치따슬로)에 인증 받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2002년 이탈리아의 네 도시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은 전통보존, 생태보존, 슬로푸드 등의 가치를 내세우고 인구 5만 이하의 소도시 중심으로 퍼져나가 6년 만에 세계 100여 개 도시가 가입되었다. 치따슬로 관계로 이탈리아와 접촉하게 되면서 슬로푸드와 슬로라이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 슬로푸드이고 와인은 이탈리아와 유럽의 대표 슬로푸드이다. 김치는 한국 각 가정의 식문화의 차이를 미묘한 맛의 다양한 차이들로 보여준다. 중학교 학생시절, 학우들의 도시락 반찬을 나눠먹으며 집집마다 다 다른 김치의 맛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산업화로 김치의 맛마저 점점 규격화가 진행되는 느낌이다. 수출보다 더 많은 양의 김치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김치를 담그더라도 중국에서 들여온 절인 배추를 사다가 담그는 현실이다. 식당의 김치는 거의 모두 중국산이다. 우리 갯벌천일염을 써야 배추가 제대로 절여지는데 중국산 천일염이나 정제염을 쓰면 배추가 물러지게 마련이고 김치 맛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이렇게 공장에서 만든 김치와 식품에 아이들의 입맛이 길들여지면서 요새 아이들은 몇 가지 맛밖에 모르고 다양한 맛들의 섬세한 차이들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세계화와 산업화의 시대에 미각도 규격화해 나가는데 반해 슬로푸드와 슬로시티 운동은 전통적인 미각의 다양성을 복원하고 다음 세대들에게 미각을 가르치고자 노력한다. 와인도 얼마나 다양한 맛들이 존재하는가! 그 미묘하고 섬세한 맛과 향을 즐기는 삶이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한가! 이탈리아인은 1분에 20보를 걷는다고 한다. 프랑스인은 25보, 미국인은 30보, 그 빠른 일본인은 35보를 걷는단다. 그럼 한국인은 얼마나 빨리 걸을까? 일본인들보다 무려 2배가 빠른 1분에 70보를 걷는다. 조선시대 한량으로 풍류를 즐기며 천천히 살던 습성이 미국, 일본의 산업화를 따라가다가 그들보다 훨씬 빠르게 살도록 변해버려 우리는 마음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삶을 즐길 줄 모르는 정신없이 바쁘고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미국인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할인점에 장보러 가면 냉동식품 등을 산더미처럼 사서 투도어 냉장고 안에 쟁여 놓고 먹는다. 우리도 투도어 냉장고 붐이다. 반면, 이탈리아에선 냉장고가 적을수록 앞서 나가는 사람이고 아주 잘 사는 사람은 아예 냉장고가 없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 사는 대리석 광산과 대리석 수출산업을 하는 회장님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연세에 비해 건강해 보여서 건강비결을 물었더니 자기가 먹는 모든 음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돼서 왔는지 모든 이력을 다 안다고 말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식자재의 대부분을 주변에서 그 날 그 날 싱싱하게 구해다가 요리해 먹는다는 얘기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산업화하면서 의식주의 전통을 거의 다 파괴하며 미국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그런 빠른 삶은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가장 빠른 한국에 슬로시티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신없이 빠르게 뛰기 쉬운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내가 안 가진 것에 애달파 하거나 탐욕을 부리지 말고 내가 가진 것에 가치를 발견하고 행복해지는 슬로라이프가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놓이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