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icon 궁금한 STORY  보도자료

[위클리조선]문화-국내 첫 소금박물관

admin

view : 682

아~천일염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전남 신안군 증도… 직접 염전에 들어가 소금 채취 체험
손일선 관장 “소금은 무조건 몸에 나쁘다는 편견 씻고 싶어”


지난 7월 12일, 전라남도 신안군 ‘지신개 선착장’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증도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신안군 증도에 국내 최초의 소금박물관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이 개관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주민 김옥민(61)씨는 “원래는 1시간 간격으로 배가 다니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아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증도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증도는 면적 4000ha에 223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예전부터 갯벌이 유명해 단일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462만㎡의 태평염전에서 연간 1만5000t의 소금이 생산된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근대문화유산에 등록될 예정이다.


배를 타고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느덧 증도에 도착했다. 섬에 들어서자마자 양 옆으로 논밭이 펼쳐졌다. 섬 치고는 농사가 꽤 발달한 것 같았다. 조금 더 나아가니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소금밭이 나타났다. 짠 소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염전 안에서는 소금을 쌓고 채집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태평염전 대표이자 소금박물관 관장인 손일선씨는 태평염전을 세계화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금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프랑스 게랑드 염전을 찾았던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게랑드 염전에서 나는 소금 가격은 국내 소금의 20배에 달한다. 그러나 갯벌흙(토판)에서 직접 소금을 채취하는 등 소금 생산 환경은 우리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한다. 염분 함유량(83%)도 국내 소금(80%)보다 높아 인체에 좋은 칼슘과 철분, 미네랄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유럽은 이미 천일염의 가치를 알고 염전 보존에 힘을 쏟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천일염이나 정제염이나 똑같다’‘소금은 무조건 몸에 나쁘다’는 편견 때문에 염전들이 폐쇄 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소금 사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파하고 우리나라 소금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손 관장이 지난 50여년간 소금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해 소금박물관을 건립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과거 소금길을 따라 이동했다던 매머드를 형상화한 커다란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로 들어가니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 증도를 그린 수묵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소금박물관은 해(海), 개(開), 염(鹽), 리(利) 등 크게 네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해(海)에서는 생명과 소금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이곳에서는 양수(羊水)의 농도가 바닷물과 거의 같다는 점에 착안, ‘생명이 시작된 곳은 바다’라는 메시지가 영상 홀로그램으로 상영된다.



▲ 소금으로 만든 모형을 보는 관람객.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개(開) 부문의 주제는 ‘소금으로 쓰는 역사와 문화, 에피소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왕의 질문에 ‘소금’이라고 답한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이야기, 염장법과 염색법을 비롯한 우리 조상의 슬기로운 소금 이용법 등 우리가 평소 몰랐던 소금 관련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특히 암염 채굴 도중 유정이 처음 발견됐다는 사실로부터 ‘소금이 산업혁명에 일조했다’는 역사 해석을 이끌어낸 부분이나 소금 관련 속담으로 세계 각국의 소금 이해 방식을 살필 수 있도록 한 부분에서는 소금과 우리 삶의 연관성을 새삼 되짚게 된다. 박물관 한쪽 면에 걸려 있는 김홍도의 ‘씨름도’와 ‘을묘년 화첩’에도 눈길이 간다. 여기에 ‘소금 장사로 부자가 된 김한태가 김홍도를 전폭적으로 지원, 김홍도의 성공을 도왔다’는 야사가 곁들여져 훨씬 더 흥미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리(利)와 염(鹽)은 각각 ‘소금=몸에 나쁜 음식’이라는 오해를 풀어주는 공간이다. 그림과 모형으로 재현한 태평염전의 모습, 소금으로 표현된 바닷속 생물 전시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물관 뒤편으로 펼쳐진 광활한 태평염전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박물관 관람 못지않다. 이곳에는 관람객이 직접 소금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가족 단위 참여가 많다는 게 염전 관계자의 설명. 참가자는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직접 장화를 신고 염전에 들어가 소금을 채집하고 창고까지 나르고 염전에 물을 대는 수차를 돌려본다. 이날 가족과 소금박물관을 찾았다가 처음으로 염전 체험에 참여한 이용재(41)씨는 “이번 기회로 천일염과 정제염의 차이를 확실히 알았고 소금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가려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아이들이 좋아하고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소금박물관을 나와 큰길을 따라가면 커다란 비석 하나가 나온다. ‘신안 보물선 유적지’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600여년간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조선시대 유물이 다량으로 발견돼 유명해졌다. 유물비 옆의 기암절벽과 동굴은 이곳의 이색 해안 절경을 이루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유적지를 지나 길게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저만치서 긴 다리가 보인다. 일명 ‘짱뚱어다리’다. 이 다리에서부터 약 8㎞에 걸쳐 증도가 자랑하는 우전해수욕장과 해송공원, 갯벌생태전시관, 몽골텐트촌 등의 관광시설이 이어진다.


짱뚱어다리는 넓은 갯벌 위에 약 470m 길이로 놓인 목조 다리다. 다리 위에서 갯벌에 서식하는 짱뚱어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해 ‘짱뚱어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실제로 다리 밑에서는 짱뚱어뿐 아니라 칠게, 농게 등 다양한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 들렀다면 백합조개 채집 체험 프로그램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요즘은 개체수가 많이 줄어 예약자 20명에 한해서만 체험이 가능하다.


다리 뒤편에 넓게 이어진 소나무 숲은 50년 전 태풍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된 것. 현재는 산책로와 잔디 축구장, 텐트촌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몽골 텐트촌은 취사가 가능하고 10명까지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길이 4㎞, 폭 100m의 우전해수욕장은 은빛 모래와 깨끗한 물로 이름난 곳이다. 바다 앞쪽에 떠 있는 작은 섬들과 뒤편에 펼쳐진 솔숲이 해수욕장의 풍광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가는 길

1. 자가용
■ 서울→서해안고속도로→무안IC→무안읍(1번 국도)→해제ㆍ지도 방면→지도읍→지신개 선착장→소금박물관(태평염전)
■ 광주→함평ㆍ무안ㆍ해체ㆍ지도IC(24번 국도)→지도읍→지신개 선착장→소금박물관(태평염전)
■ 대전→호남고속도로→정읍IC→22번 국도(고창 방면)→서해안고속도로(선운산IC)→무안IC→무안읍(1번 국도)→해제ㆍ지도(24번 국도)→지신개 선착장-소금박물관(태평염전)
2. 버스
■ 서울→지도(1일 2회 운행, 4시간30분 소요)→지도→지신개 선착장
■ 광주→지도(1일 11회 운행, 2시간 소요)


-증도행 배 운행시간표
■ 사옥도→증도(06:50 08:30 10:30 12:00 14:30 16:00 17:30 19:00)
■ 증도→사옥도(07:30 09:30 11:00 13:00 15:30 16:30 18:00 19:20)
■ 소요 시간 : 10분
■ 요금 : 2000원(대인 기준)


-박물관 입장료(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큐레이터 설명 : 염전 체험 가이드 동반은 1일 2회(오전 11시·오후 3시)
-관람권 소지 후 소금 매장 방문 시 관람액만큼 소금 할인


증도(전남) = 장대건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1965호] 2007.07.30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